검색 중독
작업을 하기 위해 종종 카페를 찾는다. 달달하지만 100kcal 이하인 아이스 음료를 신중히 고른 다음, 한 손에 받아 들고는 원하는 자리에 앉는다.
그런데 엉덩이와 허리가 가장 편한 자세를 잡은 뒤에야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까먹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와이파이 비밀번호 뭐지.
이럴 때면 나는 몸을 일으키는 대신 손가락을 움직인다. 휴대폰으로 ‘◻︎◻︎카페 와이파이’라고 검색해 보는 것이다. 블로그 검색 결과를 누르면 ‘◻︎◻︎카페 와이파이도 빵빵해요~’라는 식의 문구가 적혀있는 포스팅이 있는데, 그러면 높은 확률로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적힌 사진이 첨부되어 있다. 운 좋게 앉은 자리에서 비밀번호를 알아내면 나자신의 정보 탐색력에 스스로 감탄한다.
하지만 블로그 포스팅 날짜가 오래된 경우도 많고, 카공족이 많은 카페는 주기적으로 비밀번호를 바꾸기도 하니까 검색 결과가 무용지물일 때도 많다. 그럼 결국 허탕 친 채로 카운터까지 걸어가야 하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한다.
실은 휴대폰으로 검색할 시간에 카운터를 다녀오는 편이 더 빠르다. 그럼에도 핸드폰으로 검색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귀찮기 때문이다. 이렇게 몸을 조금만 움직이면 나올 정답인데 굳이 인터넷에 검색해 보는 것은 일종의 중독이다. 검색 중독.
외국에서는 나의 이런 게으름이 통하지 않는다. 여행지에서는 길을 걷다가 아무 카페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런 곳은 검색해도 결과 하나 뜨지 않는 불모지나 다름없다.
태국 치앙마이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다. 혼자 자전거를 타고 타패게이트를 돌다가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해 대나무 장식에 판다 프린트가 붙어 있는 작은 카페로 들어섰다. 그리고 아이스 녹차 라테를 하나 주문했다. 자전거 때문에 지쳤던 터라 잠시 하릴없이 웹 서핑이나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공항에서 구매한 유심의 작고 소중한 데이터를 아끼기 위해 카운터를 다시 찾아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물어봤다. 하얀색 앞치마를 입은 직원이 대답했다.
‘아이 러브 유’
느닷 없이 고백을 받았다.
참 기분 좋은 비밀번호였다. 나중에 내가 카페를 하게 된다면 와이파이 비밀번호는 가게 전화 번호나 창립 날짜 말고 아이러브유로 해야겠다.
태국에서 고백(?) 이후로는 웬만하면 게으름을 이기고 직접 카운터까지 가서 비밀번호를 물어보려 노력한다. 검색으로 퉁치느라 놓친 누군가의 친절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행동하는 자가 I LOVE YOU를 얻을 테니!
(2025年 7月 6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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