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뒤꿈치
내가 중학생 때까지도 엄마는 하이힐을 신고 다녔다. 엄마는 160센티미터라는 작지도 크지도 않은 평균 키를 가졌으면서도 늘 최소 6cm 굽이 달린 신발을 신고 돈 벌러 나섰다. 밤에 엄마를 기다리면서 티브이를 보고 있으면 복도에서 울려 퍼지는 하이힐 소리만 듣고도 대번에 엄마임을 알아챘다. 엄만의 느린 발걸음 템포에 청명한 또각또각 소리는 다른 사람과 대번에 분간됐다.
엄마는 수업 시간에 늦었을 때 언덕길을 하이힐을 신고 뛰던 학생 시절 무용담을 전해주곤 했다. 그녀는 낮은 신발을 신을 때면 비율이 좋지 않아 보일까 봐 무척 걱정했는데, 나는 그게 뭔 상관인가 싶었다.
수년간 하이힐을 신어온 엄마의 발뒤꿈치는 딱딱했다. 마치 거북이 등껍질 마냥 단단하고 진한 노란 색이었다.
나는 굽 높은 신발을 신어본 적 없기에, 내 뒤꿈치가 딱딱해질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욕실에 있는 돌모양 발각질 제거기나 고운발 크림을 쓸 일이 생기지 않을 줄로만 알았다. 나의 발은 영원히 말랑하고 부드러울 줄 안 것이다.
콘서트 스탠딩석에서 가수를 잘 보고자 신었던 웨지힐 1회 착용해 본 경험이 다인데, 이상하게도 힐이라곤 신어본 적 없는 발은 점점 굳어갔다. 매일 운동화를 신는데, 아주 가끔 발바닥이 거의 땅에 닿는 수준으로 굽이 없는 스니커즈를 신으면 그다음 날 금방 눈에 띄게 굳은살이 생겼다.
뒤꿈치가 딱딱해지는 것이 노화 때문이라는 걸 그제야 알았다.
이제야 알게 됐다.
영원히 부드러운 뒤꿈치 따위 없는 것이었다.
(2025年 8月 18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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