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면 밑도 끝도 없이 ‘확 죽어 버리고 싶다’라고 생각하곤 한다.
회사에서 실수했을 때 문득.
누군가의 말에 상처받았을 때 문득.
어린 시절 이야기하다가 문득.
퇴근길 만원 지하철을 보내고 다음 열차를 기다리다 문득.
별거 아닌 걸로 다투다가 문득.
실행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다. 그저 내가 아는 최악의 문장을 내뱉는 것이란 걸 안다. 아직 말도 잘 못하는 미취학 금쪽이가 괜히 “죽을 거야”라고 외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골똘히 생각해 보니, 나는 죽고 싶은 게 아니라 다시 태어나고 싶다.
내가 가진 열등감 슬픔 부아를 다 비우고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다.
상처받기 전의 나로 돌아가 아무도 손대지 않은 상태로 다시 시작하고 싶다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굴곡 없이 살아온 것처럼,
살짝만 건드려도 욱신거리는 약점 같은 것 없이
다시 태어나고 싶다.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탄생을 떠올린다.
죽게 해달라는 마음이 아니라,
새로 태어나게 해달라는 마음을 가진다.
그러니 이건 절망이 아니라 욕심이다.
살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다.
내 손으로 죽는 건 가능하지만
내 손으로 다시 태어나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일까.
나는 끝을 상상할 때보다, 시작을 상상할 때 더 오래 살아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