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생일이 다음 주 월요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수요일의 일이었다.
두 가지 변명이 준비되어 있다. 첫째, 송여사의 생일은 음력이라 매년 날짜가 달라진다. 둘째, 공교롭게도 연초마다 엄마와 사이가 썩 좋지 않았다. 다행히 이번엔 엄마와 사이가 괜찮은 연초였다. 지난 생일에 챙겨주지 못했던 걸 만회하겠노라 마음먹었다.
처음엔 한남동을 떠올렸다. 그럴싸한 레스토랑을 몇 곳 훑어보다가 문득 그건 엄마가 아니라 내가 가고 싶은 곳이라는 걸 인정했다. 추운 날씨에 서울 중심부까지 오려면 대중교통을 타고 여러 번 갈아타야 할 텐데 차 끌고 다니는 걸 좋아하는 엄마가 그 하루를 즐길 리 없다. 엄마랑 비싼 파스타 스테이크를 먹고 싶은 건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다. 아마 이 코스를 선택했다면 엄마는 금방 지친 기색을 보였을 것이고 나는 돈 쓴 보람 없이 서운함을 느끼며 결국 파국에 이르렀을 것이다.
그래서 철저히 엄마를 기준으로 코스를 다시 짰다. 지도 반경을 좁혔다. 집 앞에서 광역 버스 하나만 타면 되는 가장 가까운 서울 노원이었다. 몇 년 전 가성비가 좋다고 들었던 오마카세 런치를 예약했다. 초밥은 우리가 자주 먹는 음식도 아니었고, 엄마가 거의 유일하게 집에서 만들지 않는 메뉴이기도 했다.
한 끼 배 채운 것 치고는 분명 비싼 가격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게 생각한다. 돈을 쓰는 대신 추억을 산 셈이라고. 유럽 여행에서도 그랬다. 볼 것들이 넘쳐나는 도시를 샅샅이 누비느라 마트에서 산 바게트와 치즈로 치즈샌드위치를 만들어 대충 끼니를 때우곤 했다. 그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었지만, 생폴드방스에서 샤갈과 피카소의 아지트였다는 레스토랑 비둘기 둥지에서의 식사는 아직도 선명하다. 맛이 뛰어났던 것은 전혀 아니다. 다만 낯선 공간에서의 감각은 깊은 각인을 남겼다.
계란찜으로 시작해 아이스크림으로 끝난 기나긴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북서울미술관으로 갔다. 비록 카페에서 오래 떠들다가 폐장 한 시간 전에 도착했지만, 생경한 이름의 예술가들이 만든 작품에 열심히 저마다의 해석을 덧붙였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오후 한 시에 시작해 여섯 시에 마무리된 생일 데이트. 엄마는 지치지 않았다.
봄에 벚꽃이 가장 예쁜 곳은 유명 명소가 아니라, 집에서 가장 가까운 벚꽃이라는 말을 요즘 부쩍 자주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