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옆 팀 사원이 나에게 “죄송한데…”라며 말을 걸어왔다. 무슨 일인가 귀를 기울여 보니 얼마 전 함께 영수증을 처리했던 건이 하나 있는데 내가 버튼을 잘못 누른 것을 그 사원분이 바로 잡아주는 상황이었다. 급한 일도 아니었고 간단히 수정 버튼 하나 누르면 될 일이었다. 되려 내가 사과해야 할 일에 연신 죄송하다고 말하는 사원분을 보고 나는 괜히 속상해져서 덧붙였다. “아니에요. 제가 죄송할 일이죠.”
죄송하다는 말을 달고 살 때가 있었다. 죄송한 마음도 없으면서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죄송하다는 말로 입을 여는 거다. 이 습관을 없애기 위해 몇 년 전부터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진짜 죄송할 때만 말하자고.
죄송하다는 말과 비슷하게 불편한 순간을 빠르게 해치우기 위해서 쓰는 방패 중 하나는 바로 웃음이다. 어색한 순간을 마주했을 때 괜히 내가 분위기를 풀어야 할 것 같다는 착각에 빠져 어색하게 웃어 보이는 습관. 이 습관도 없애느라 애를 먹었다. 안 웃기면 웃지 말 것. 죄송하지 않으면 죄송하다 말하지 말 것. 이게 왜 그리 어려울까.
가끔 순간의 껄끄러움을 참지 못하고 과한 사과나 웃음을 던지는 나 자신을 느낄 때면 의식적으로 떠올리는 공간이 하나 있다. 바로 제주도에 있는 어리석은 물고기라는 카페다.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냈을 때 여자 스태프들 사이에서는 그 카페에 가서 머리를 땋아오는 게 유행이었다. 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손수 색실 매듭을 꼬아 정말 예쁜 머리 장식을 해준다. 유행에 뒤처질 수 없는 나도 혼자 버스를 타고 남원읍으로 향했다. 초록 빨강 흰색 실이 섞인 매듭이었는데 두 달 동안 붙어있을 정도로 유지력도 좋다. 여하튼 그곳에 간 여자 스태프들은 모두 사장님에게 똑같은 소리를 들었다.
“제발 웃지 좀 마. 뭐 웃긴 일 있어? 안 웃길 땐 안 웃어야지.”
예술가 포스의 사장님은 가게에 들어와서 색실 매듭을 부탁하며 어색함을 떨치기 위해 웃음으로 때우는 내 또래의 습성을 정확히 간파했다. 사장님의 그 말엔 일리가 있다. 어색함은 웃음으로 모면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어색하면 된다. 그 분위기에 내 책임은 없다.
미안할 때만 미안해하고, 기쁠 때만 웃는 것. 그 당연한 일을, 나는 매일 조금씩 연습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