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해야 할 일을 마치고 맛있는 저녁을 먹은 다음 따뜻하게 씻고 침대에 누워 버리면, 오늘은 이걸로 됐다는 생각이 들며 행복해져 버린다.
가만히 누워있다 보면 이런 생각이 끼어든다. 이렇게 쉽게 행복해도 되나. 행복이 고작 이거밖에 안 되나. 행복은 좀 더 번듯해야 하는 거 아닌가.
집값이 오르는 동네에 집 한 채쯤 있고, 인스타그램 팔로워도 많고, 직장에서도 인정받고, 매일 좋은 음식을 먹으며, 생일날 선물도 많이 받는 사람 정도는 돼야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고작 배부르고 따시다는 이유로 내가 지금 행복해도 되는 건가.
정시에 퇴근하고 월세방으로 돌아와 어제 만든 배추찜을 데워 먹은 후 행복한 상태가 된 내가 오늘만큼은 낯설다. 행복에 대한 의심을 거둘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