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뽑기에 중독돼서 큰일이다. 한 게임에 천 원씩 시나브로 결제하다 보니 한 달 동안 오만 원 가까이 써버렸다. 불황이면 인형 뽑기가 유행이라던데 정말이다. 뉴스가 전쟁으로 시끄러우니 나까지 덩달아 과소비했다.
집게가 인형을 출구로 떨어트리는 순간, 육성으로 소리 지를 만큼 선명한 도파민을 느낀다. 내가 얼마나 인형 뽑기에 빠졌냐면, 어쩌면 인형 뽑기가 돈을 가장 알차게 쓰는 취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정도다.
오만 원을 내고 뽑은 인형은 다음과 같다. 귀 접힌 미피 세 마리, 흙 묻은 흰둥이, 네잎클로버를 든 강아지 두 마리, 아기 산리오, 패트와 매트, 윌레스와 그로밋 속 싸이코 펭귄. 그나마 타율이 나쁘지 않아 다행이다. 아홉 마리에 오만 원이니 하다 당 오천 원꼴. 꽤나 합리적이다. 그러나 반대로 오천 원을 주고 샀을 인형인가 생각해 보면 그건 또 아니다. “내가 열심히 일하고 천 원도 못쓰나”하는 마음을 오십 번 정도 먹어 버렸다.
맥주 한잔하고 시도하는 인형 뽑기는 또 별미다. 들뜬 마음으로 기계에 서서 천 원을 마구잡이로 결제하며 무모하게 도전할 때의 쾌감이란. 참고로 나의 비결은 집게로 인형 태그에 걸린 실리콘 줄을 노리는 전략이다.
카드로 결제할 때마다 나름의 핑계를 되뇌인다.
“괜찮아, 메가커피 한 잔 값이야. 커피 안 마시면 되지.”
“에이 이 정도는 뭐, 이 인형 정품 사려면 오천 원 넘을걸?”
“이렇게 재밌게 놀고 만 원이면. 진짜 노래방보다 낫다!”
“이만 원으로 나를 이렇게 짧은 시간에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건 없지.”
자기합리화가 금액대별로 가능하다. 그러니 인형 뽑기는 맺고 끊음이 중요하다. ‘한 번만 더하면 될 것 같은데…’와 같은 마음으로 계속하다가는 금방 만 원을 잃는다. 카지노 슬롯머신과 다를 바 없다.
내가 술을 해, 담배를 해, 마약을 해, 남자를 해, 뭐를 해! 나는 인형 뽑기만 한다. 건전하지 않은가.
아홉 마리의 키링 중 정작 가방에는 달린 건 두 마리뿐이다. 이제 진짜 귀여운 인형 아니면 안 해야지.
…라고 오늘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