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건 하고 싶을 때 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떠올리는 요즘이다. 하고 싶다는 마음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재작년에 한참 여행 유튜브를 즐겨봤다. 유명한 유튜버는 아니었지만 잔잔하고 담대한 그러니까 내가 영 갖지 못한 성격을 지닌 사람의 여행기였다. 태국 방콕에서 시작된 그의 여행은 지구 한 바퀴를 돌아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끝났다. 여자 혼자라면 막연하기만 했던 일들을 그는 턱턱해냈다. 이탈리아 돌로미티에서 텐트 하나 치고 캠핑하기. 스위스 호수에서 긴 튜브 하나 붙들고 수영하기. 남미에서 펭귄 보기. 인도에서 기차 타기.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또 하고 싶었다. 현실은 최종 보고를 앞두고 야근하는 신세였지만 말이다.
며칠째 계속된 야근에 매일 가던 백반집이 아닌 조금 더 먼 식당으로 향했다. 함께 나간 동료와도 일부러 일과 가장 먼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즘 세계 여행 영상을 보고 있다는 말을 시작으로, 언젠가 나도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속마음까지 꺼내놓았다. 그는 신기한 이야기라는 듯 나를 보며 말했다.
“와, 저도 예전엔 가고 싶었는데 요새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나이 더 먹기 전에 꼭 다녀와요.”
그때의 나는 그의 고백을 단순히 '취향의 차이'로 치부해 버렸다. 슬리핑 버스와 오토바이 택시를 사랑하는 여행자와 호텔을 좋아하는 여행자와는 추구하는 여행이 다를 거라고 넘겨짚은 것이다.
이 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때의 동료처럼 세계 여행을 아득해하는 사람이 되었다. ‘퇴사하고 세계 여행 다녀오면 뭐로 벌어먹고 살지? 혼자 가서 재미가 있을까. 여행 계획은 또 어느 세월에 짠담….‘
후배가 세계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하면 “와, 대단한데? 멋지다. 진짜 회사 그만둬도 되니까 꼭 가요.”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선배 역할 정도 수행할 수 있을 것 같다. 멍청한 나는 익숙한 일상에 침몰해 하고 싶은 게 고작 집에 가기인 재미없는 인간이 되었다.
하고 싶은 게 있는 상태는 일시적이다.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곧장 저질러 버려야 한다. 언젠가 이루겠다는 마음으로 버킷 리스트에 적어 놓거나 노트북 비밀번호로 설정해 둔다는 건 그냥 잊어버리겠다는 선언과 같다. 내 노트북 비밀번호인 '디지털노마드'가 증명하듯 말이다.